If the mountain is watching over a man

 

Written by novelist Park In-sik

 

It is the confession of Cezanne who had constantly painted Mont Sainte Victoire. “I tried to express the feeling that it is not me who see the mountain but it is the mountain that sees me” As soon as I see the mountain of Lim Chae Wook, Cezanne came up to my mind because, like the fuzzy confession of Cezanne, I felt the eyes of the mountains looking at me and it is not me who is looking at the mountains. It is like the photographer goes into the mountains and presses the camera shutter towards me outside the mountains. Maybe that is why his eye of camera became an eye of mountains, flew over to me and hit me like an arrow. The clouds and snow surrounding and covering the mountains are the result of the photographic artist’s choice which became the identity that the mountains chose by themselves rather than the result of atmospheric condition of natural phenomenon. The artist has taken photographs only when he is strongly drawn by the existence of the soul. This is why we cannot see this scenic beauty easily even when we go to the mountains.
The color development of the works is as deep as they penetrate deep inner side of the mountains. Thanks to Hanji, Korean traditional paper, whose spectrum of color development is uniquely deep and flexible those profound works could be created.

Paper mulberry, the raw material of Hanji, is also the son of mountains and that is why mountains could project even their soul to the paper, Hanji.
His works’ message means for Koreans that mountains are not just natural environment but they are the instinct to return to the nature and they are the domain of soul. As we are born to this house of soul, grow up looking at the mountains and in the end return to them, we have believed in the mountains from very early times. It is the same with the solid photographs that the photographer invented by chance. It was also the present of Hanji. He must have tasted the joy of the Creator of the Universe restoring the flat mountains to three-dimensional one by folding and fingering mountain pictures developed on Hanji.
Meeting mountain was a meeting with destiny for Lim Chae Wook. With the eyes of mountains, he could express his destiny. Therefore the mountains open our eyes to see the greatness of the destiny of humans that the mountains are still watching.
When there is a photographer who exchanges eye sight with mountains through his soul, the life of human being turns out to be grand and descriptive space time which would be the privilege of the Creator of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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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면
박인식 소설가

 

1

 

생 빅투아르산을 줄곧 그려왔던 세잔느의 고백이다. “내가 산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산이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을 표현하려 애썼다.” 나는 임채욱의 산을 보자마자 세잔느를 떠올렸다.세잔느의 그 알쏭달쏭한 고백처럼 내가 산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산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임채욱은 산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바깥의 나를 향해 셔터를 누른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카메라 눈은 산의 시선이 되어 내게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나 보다. 세잔느의 생 빅투아르산이 임채욱에게 와서 ‘한국의 산’으로 자리바꿈한 셈이다.

 

2


산도 화장을 한다. 산은 이 세상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최고의 뷰티메이커다. 구름, 이내, 안개, 바람, 눈, 비, 는개, 햇살, 달빛,나무, 잎, 꽃, 아지랑이, 그림자 따위가 산의 화장 도구다. 그 화장도구가 제대로 갖춰지면 산도 여인네처럼 외출할 일이 없어도 거울 앞에 선다. 때때로 그런 화장술은 산의 옷차림을 뒷받침한다. 옷차림은 입는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어떤 개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입는 사람의 정체성이 달리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임채욱의 사진에서 산을 애워싸거나 가리거나 덮고 있는 구름이나 눈 따위는 기상조건이라는 자연현상의 결과물이라기 보다 작가가 선택한, 그리하여 산이 스스로 선택하게 된 산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존재감에 강하게 끌릴 때만 임채욱은 셔터를 눌러 왔다. 누구든 쉽게 갈 수 있는 자리와 볼 수 있는 시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여느 산사진작가들은 산에서 이런 광경을 사진으로 붙들지 못했다. 보인다고 결코 볼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빼어난 작품을 선보인 전업사진가들도 산사진에서 만큼은 아마츄어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대개의 아마츄어 산사진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마저 산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영상미 표현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다. 그들의 사진은 영상미만 추구할 뿐, 산의 내면 즉 산의 영혼 상태에 촛점이 맞춰있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산을 바라 보았을 뿐이다. 산악사진의 전설인 안셀 아담스의 사진조차 멋진 풍경사진이라는 틀을 깨거나 넘어서진 못했다. 그들의 神이 산이 아니라 시장에 있다는 자본주의 믿음 탓일지 모른다. 산을 믿음의 대상으로 여겨온 한국인이기에 우리나라 산사진가들 가운데는 산의 영혼을 찍겠다며 아예 산에 살다시피 정진하는 작가도 있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에 가끔 하늘과 산이 손잡고 도와준 행운으로 산의 영성이 내비칠 수는 있다. 하지만 안타깝께도 그들 또한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한라산이라는 고유명사를 찍을 뿐, 임채욱처럼 익명의 산을 영혼이라는 추상명사로 그려내지는 못했었다. 산의 아름다운 풍경 잡아내기에 산사진의 미학적 목표를 두는한, 아무리 애써도 동어반복에 그칠 뿐, 산과 교감할 수 있는 영상언어를 건져 올리지 못한다.

 

3


어떤 이는 그의 작품을 두고 ‘카메라로 그린 산수화’ 라는 명제를 붙였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기에 작품의 분위기가 산수화에 가까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산수화로 몰고가면 곤란하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산의 응축된 힘과 느낌은 그림이 아니라 보다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사진일 때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어떤 산수화보다 산수화다운 사진인 것이다.
산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과 존재감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따른다. 산의 내면까지 파고든 사진일 때 비로소 그림으로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산이 오히려 우리를 바라보는 산의 시선을 느끼게 한다. 산의 심장 속에서도, 우리처럼,피가 끓고 있다는 것이 감지될 때 진정한 예술로서의 산사진으로 올라선다.
우리가 바라고 산이 바라는 것은 그냥 산이 아니라 ‘사람의 산’이다. 작품의 인화된 발색은 산의 내면 속으로 파고들만큼 깊다. 그 깊이를 발색의 스펙트럼이 유난히 깊으면서 여유로운 한지가 받쳐줘 이토록 깊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도 사실은 산의 자식들이다.그런 한지이기에 산은 제 자신의 영혼까지 투영시킬 수 있게 된다.작가가 우연히 발명하게 된 입체작품도 마찬가지다.이것 또한 한지가 준 선물이었다.그는 한지에 인화한 산사진을 주무르고 접어 평면으로 내려앉은 산을 입체적인 산으로 되돌려 놓으며 조물주에 다름없는 희열을 맛보았을 법하다.산사진도 이렇듯 인간성이 개입되어야만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그의 작품은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산의 인간성이 풍겨난다. 산이 젖으면 그도 젖었다. 산이 눈 감으면 그는 어두워졌다. 산이 바라보고 있어 자신이 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산에 자신을 반영시켜 산이 그를 바라보면 차츰 산을 닮아 갔다. 산비탈을 닮아가고 나무와 바위까지 닮아 갔다. 능선이 골짜기로 돌아서는, 골짜기를 감춰주려고 능선이 일어서는 그때, 그 산의 식구들이 갖고 있는 기억들의 시간 속으로 발걸음 뗄 수 있었다. 안개비에 온몸이 젖었을 때는 눈 앞의 산이 자신의 몸으로 이미 젖어 들어와 있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오래 숨을 참았다가 물 위로 솟구쳐 내뱉는 숨비소리가 들린다. 한번도 상처받은 일이 없는 태초의 관능이 꿈틀거린다. 땀이 배어나고 피가 끓고 뼈마디가 욱신거리면서 돌아가신 선친이 되돌아온 듯 든든해진다. 피가 섞인 살덩어리에서 느낄 혈육의 정이 있고 혈육과 헤어진 한이 서려있는가 하면 다시 만나서 껴안아 보고 싶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사무친다. 디지털화된, 미친듯 빠르게 질주하는 사이버 세계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생명력이 고향 연못의 한여름 가물치처럼 펄떡인다. 임채욱은 산을 만나 제 운명을 만났다. 그 운명을 그는 산의 시선을 빌어 표현해냈다. 그리하여 산이 지금도 바라보고 있는 인간 운명의 위대함에 눈뜨게 한다.


4


정신의학을 전공한 철학자 칼 융은 알프스 산 속에 집을 짓고 그 대들보에 이렇게 썼다.“춥거나 춥지 않거나 神은 여기에 있다.” 5년 넘어 땀 흘리며 손수 지은 집의 난방이 신통찮았는가 보다. 하지만 神이 추위를 타랴, 겨울철 한국의 산도 알프스 산 속 못지 않게 춥긴해도,‘神은 우리들의 산 속을 거처로 삼았다.’라고 임채욱의 사진작품은 속삭인다. 神은‘산의 영혼’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춥거나 덥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높거나 낮거나, 어제도 오늘도, 우리들 산에는 神이 있다.
그의 작품은 산신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무속으로 치부되는 일이 있었거나 없었거나 神은 여기 있다는 것을 증거한다. 아울러 한국인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자연회귀 본능과 영혼의 영역’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이 영혼의 집에서 태어났고 산을 바라보면서 자라나서는 끝내 산으로 돌아가기에 일찌감치 산을 신앙해 온 것이다. 영혼으로 산과 시선을 주고 받는 작가가 있을 때, 인간의 삶은 이런 산에서 조물주 특권에 걸맞을 웅대하고 서사적인 시공간으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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